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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정 처방

구구정 처방 대학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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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유쥬 작성일19-04-14 00:23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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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정 처방 대학친구 이야기
30대로 들어서면서 인간관계를 인위적으로 이어가려는 어떤 노력이나 생각들을 내려둘 여유가 생겼네요.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절친이라는 미명 아래 대학 신입생 때부터 줄곧 정신적으로 괴롭혀왔던 친구가 생각나 적어보려구요.

여자가 유독 많은 과는 보통 우르르 몰려다니던 입학 초와는 달리 두 명씩 자연스레 짝지어지더군요.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그 부분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와 그렇게 짝이 되었어요.
여성스럽고 작았던 저, 보이시한 매력의 늘씬한 친구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점점 친해졌어요.

그런데 둘 사이가 조금씩 이상이 생겼던 건, 제가 첫 학기 때 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였네요.
방학에 만나 처음 받아보는 대학성적에 서로 신나서 겹치는 과목부터 서로의 학점을 묻고 답하다 장학금을 받았냐는 물음에 그렇노라고 답하니 갑자기 분위기가 냉랭해지며 잠시 아무 말도 안 하더라구요.
과제부터 시험페이퍼도 제가 도움을 많이 줬더랬는데 공부 안 한 자기탓이 아니라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로 시기를 하더군요(이건 자기가 장학금을 못 받은 학기마다 반복이 되었어요).

리더십있고 똑부러지며 멋있는 스타일인지라 친구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반면 저는 여린 스타일인지라 남자 선후배에게 인기가 있었어요.
우리 둘을 잘 아는 여동기는 외모 때문에 여우로 오해받던 저보고 오히려 제가 곰이고 그 친구가 여우라고 제가 불쌍하다 할 정도였어요.
어느날 어느 후배가 자꾸 저에게 문자 뒤에 하트모양을 붙여서 줄곧보내서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건가 싶어 친구에게 혹시 너한테도 그러는지 물어봤더니 살짝 짜증내듯이 자기한테도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다른 동기와 그 친구와 저 셋이 밥 먹는 자리가 생겼는데 그 동기가 저한테 "oo(후배)가 너 좋아하는 거 아냐"고 물었어요. 그 후배가 고백한 적은 없지만 예감하고 있었다고 말했더니 밥 먹는 내내 저만 빼고 그 동기에게만 말 시키더라구요.
결국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제가 그 친구한테 그날밤 미안하다고 했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달랐던 옷 스타일도 어느 순간 제 스타일과 비슷해졌고 심지어 쇼핑을 하면 제가 산 옷의 색깔만 달리 샀어요(이게 여자들한테는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아실 거예요).
또 친한 고교 동창들 사진을 보여주며 저랑 절친한 고교 동창들 외모비하도 서슴치 않았구요(지금 생각하면 가장 어이없는 부분).
그리고 어떤 동기를 욕하길래 저는 그 동기 옹호해주면서 좋은 사람이라 얘기했더니 그 뒤로 아주 절친이 되어 셋이 만나면 의도적으로 제가 관심없어하는 분야만 줄곧 얘기해서 저를 소외시킵니다.
이때만 돼도 제가 오해하는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가끔 문자로 자기 성격을 받아줘서 고맙고 넌 정말 최고의 친구다 뭐다 했거든요.
어려서부터 착한아이 컴플렉스(지금도 물론 있지만)가 있어 그 친구의 비위를 맞추었었네요.

하루는 그 친구가 첫사랑 얘기를 꺼내길래, 난 아직 그런 사랑이라 부를만큼 좋아했던 사람이 없다고 말하니 넌 아직 어리다 뭐다 비꼬듯이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친구에게 너가 하는 말들이 상처가 된다니깐 장난인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오히려 저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다 그 친구가 어학연수를 가게 되면서 혼자 다니기도 하고 새로운 편입생 친구들도 사귀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이후 학년별 전공과목을 듣다보니 초창기마냥 그다지 붙어다니지 않아도 되었구요.

대학 졸업하고나서도 겹치는 사람들 모임이 있어 종종 만났지만 친구를 만나 힐링되고 즐거운 게 아니라 지치고 감정소모된 기분을 느껴서 최소한으로 1년에 한두번 정도만 보았어요.

제 결혼식 때 청첩장을 보냈더니 오지도 않았고 과동기였던 제 신랑 욕을 그렇게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사귄다는 말을 하기 전에는 그 둘이 엄청 친했고 저에게 그 사실을 으시대면서 이야기하곤 했는데 제가 사귄다고 전한 자리에서 바로 신랑의 험담을 그렇게 제앞에서 하더군요.
결혼이야기가 나오면서 신랑은 친구랑 오해를 풀고 싶다고 친구에게 장문의 카톡을 했더니 저에게 니 남친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 하나 보내고 끝이더라구요.

돌이켜보면 제가 왜 그 친구와의 우정을 그렇게 제 자존감을 낮추면서까지 인위적으로 이어가려고 했는지 신기해요.
이제는 살면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목숨 걸지 않아도 결국 내사람은 옥석처럼 가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내가 친구라고 믿었던 그 친구는 정작 날 친구로 여기지 않았던 걸 깨달아 가네요.

모든 남자들의 첫사랑이 되고 싶다던 친구야,
너 때문에 그간 참 힘들었다.
그리고 정말 친구라면 그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덕분에 알았어.
겹치는 사람이 워낙 많아 대학 동창들의 대소사에 마주칠 일들이 많고 듣는 귀도 있으니 신랑 험담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너가 내 마음을 헤아리고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면 그때는 너의 사과를 받아줄 용의도 있어.
얼마전 결혼했다던데 마지막으로 잘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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